도저히 있어서는 안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윤창중 전 대변인의 미국대사관 인턴여직원 성추행 사건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일국의 대변인이 대통령의 외국 순방 수행 중에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은 듣도 보도 못한 초유의 일이기에 더더욱 납득이 가질 않는다. 공무, 그것도 대통령의 방미 순방 외교 중에 일어난 일이다. 게다가 그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창구인 대변인이란 막중한 직책을 수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미국대사관 인턴여성을 성추행했고, 사태가 커지자 황급히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는 소설 속에서나,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현실 속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태평양 한가운데에 수장시키고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왔다.
<주미 대사관 여직원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윤창중 전 대변인, 출처:구글이미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해외속보로 전세계에 빠르게 퍼져가고 있는 중이다. 세계 유수의 방송·언론사들이 앞 다투어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고, 그럴수록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정말 돌이킬 수 엄청난 일을 하고 돌아온 셈이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태에 대한 전말은 현재 모두 공개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짐도 챙기지 않고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점에 미루어 박대통령과 청와대가 윤창중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의 조사를 받기 전에 급히 출국을 종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또한 청와대는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언론에는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황을 종합해 보면 양국의 외교문제를 우려한 청와대와 박대통령이 현지에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윤창중 전 대변인을 급히 귀국토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사건의 추이에 따라 어쩌면 그는 미국 법정에 서게 될 지도 모른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조사 시나리오. 출처:연합뉴스>
서두에 언급했듯이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 사건이다. 그는 자신이 청와대 대변인의 신분임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과도한 음주가 그의 판단력과 이성을 마비시켰던 것일까?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해서는 안되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만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그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여기,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이 못내 안타까웠던 것일까? 아니면 모든 사람의 지탄의 대상이 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의 발로일까? 윤창중 전 대변인 구하기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이들을 보는 것은 '윤창중 성추행 사건'을 보는 것 이상으로 힘이 빠진다.
<변희재, 이 사람의 뇌구조는 아무래도 좌측이 없는 것 같다. 출처:서울신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윤창중 일병 구하기 작전'의 선봉에 나섰다. 그에게 윤창중은 의병같은 존재다. 혐의를 벗고 공동의 척결대상인 '친노종북세력'과의 성전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는 그의 인식은 비루하고 편협하며 졸렬하기만 하다. 그는 이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종북 페미니스트'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종북 페미니스트들의 성폭력의 관점은 그냥 기분 나쁘면 성폭력이 되기 때문에 저들과 싸우면서 살아남으려면 근처에 가지 않는 수밖에 없는 거겠죠"라며 '본말 전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데일리 저널의 정재학의 관점은 음모론으로까지 나아간다. 출처:서울신문>
데일리 저널의 정재학 편집위원은 변희재 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임시로 채용된 여자가 윤창중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다? 아무래도 성에 개방적인 미국스타일이라도 너무 빠르다. 호텔에 같이 들어간 행위는 둘만의 시간을 허락한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강제적 성추행이 아니라는 긍정적인 신호다. 엉덩이 만진 그 사실을 입증할 만한 어떤 근거도 없다. 그리고 젖가슴도 아닌 겨우 엉덩이다"라며 늦은 시간까지 함께 술을 마신 인턴 여직원의 처신이 더 문제라는 교묘한 논리를 펴고 있다. 또한 '그깟 엉덩이쯤 만진 것이 무슨 대수냐'라는 식의 저급한 성의식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위의 두 사람보다 더 치밀하고 계산적이다. 그는 이 사건이 "한국과 미국간의 문화 격차를 잘 몰랐던 데 원인이 있다"며 이를 문화적 차원의 실수로 축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뒤 현지에서 즉시 경질했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가 할 일은 다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두둔하고 나섰다. 또한 "윤창중 대변인은 도피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참으로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그의 주장은 치밀하고 계산적이다 못해 영악하기까지 하다.
이 나라 이 시대의 보수의 수준과 잣대가 겨우 이 수준이다. 이들은 사건의 'Fact'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파장에 촉각을 기울인다. 사건의 실체와 진실의 규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직면하게 될 정치적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변희재가 '친노종북'을 거론한 것이고, 정학재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며, 황장수는 '문화적 차이'로 사건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나라엔 진정한 보수는 없다.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보수들만 창궐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미국 순방 외교 중 발생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문과 이를 옹호하는 사이비 보수들로 인해 저들의 감출 수 없는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윤창중의 이번 성추행 파문은 그 자체로 국가이미지를 한없이 추락시킨 참사이지만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사건을 인식하는 사이비 보수들의 대응방식이다. 왜냐하면 손상된 국가이미지는 언제든 회복하면 그뿐이지만, 사이비 보수들의 저급함과 본말전도야말로 국가와 국민의 영혼을 좀먹는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이란 제목의 칼럼을 쓴 것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이라는 비유는 포괄적이지 못하다.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기 때문이다.
이 글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비단 윤창중 전 대변인만의 문제때문이 아니다. 청와대는 10일 이번 사태와 관련 이남기 홍보수석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직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사태인식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윤창중 전 대변인을 비롯 대통령이 임명한 부적격 인사들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음에도 전혀 귀담아 듣지 않던 대통령에게 이번 참사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어물적 넘어가려는 태도야 말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지적처럼 대통령과 이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윤창중 전 대변인이 이것을 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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