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당선자 박근혜>
대한민국 국민은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를 제 18대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표출되었기에 저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으나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투표결과를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고 무엇보다 그동안 많은 글들을 통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그리고 새누리당의 과오와 실정, 부정부패 및 무능에 대해 비판해 왔던 저로서는 이 결과를 도무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국민이(정확하게 말하면 과반을 약간 넘는)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지난 5년 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은 면죄부를 준 것이며, 박근혜 후보에게 '독재자였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원을 회복시켜도 좋다'라는 위임장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비토해야 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것 역시 받아들여야 할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인 것을요. 다만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5년을 생각해 보면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현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회의 다수당인 새누리당, 그리고 대통령 마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태도와 기본적인 자질의 수준에 문제가 많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찰딱 궁합은 없을테니까요.
사실 아래의 글은 문재인 후보자가 당선되었을 경우를 생각해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물론 이제는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습니다만, 아마 이 내용과는 정반대로 대한민국의 향후 5년, 아니 그 이후가 진행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에게 주어진 과제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 5년동안 파탄난 민생을 챙기는데 주력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물가상승, 실질임금하락, 실업, 일자리 감소, 가계부채급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대기업 프랜들리 정책은 결국 100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부자감세를 통해 부자들의 주머니만 살찌우는 결과를 낳게 되었고, 기대했던 낙수효과 역시 빈쭉정이에 불과했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 양극화 현상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차기 정부는 특히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대책마련에 고심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미 문재인 당선자는 경제공약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정원의 3%에 대해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으며,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각 시도에 일자리청을 두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러한 공약들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이명박 정권과 함께 지난 5년의 국정을 해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민생파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선거를 의식해서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이념이 민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경우에 다름 아닙니다. 박근혜 후보가 중산층 비율 70%를 달성하겠다고 공약했지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수치입니다. 이것은 이명박의 747공약보다 더 허황된 공약이지요. 혹, 이 공약에 정신줄 놓은 국민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기대랑은 아예 접으시길 바랍니다.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겁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박근혜 당선자는 3차TV토론에서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그렇게 공약해 놓고 불과 5분도 안되서 문재인 후보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란 황당한 질문을 했습니다. 자신도 알고 있는 것이겠지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더구나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비추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공약입니다. 사회양극화? 대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도 살게 되고 이를 통한 고용확대가 이루어짐으로써 낙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던 이명박 정권의 대기업 우선 정책은 결국 감세, 고환율, 각종 규제의 완화 등으로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며 부의 축제를 벌였지만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커녕 고용환경은 점점 악화되었고 계속되는 고환율정책으로 물가는 폭등, 청년실업은 사상최대, 내수는 죽고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과 소상인들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양극화를 조장한 세력이 바로 이명박 정권이고 박근혜 당선자의 새누리당인데 과연 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을까요?
새누리당에 의해 날치기 처리된 한미 FTA는 반드시 재협상을 해야 합니다. 시대적 요구인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공공.재정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러나 한미 FTA의 독소조항들은 이러한 정책실행에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합니다. 문재인 당선자는 이미 국회에서 2011년 결의된 '한미 FTA 재협상 결의안'을 토대로 국제적인 기준과 절차에 맞게 재협상에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반드시 일방적이고 굴욕적인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한미 FTA 재협상은 없습니다. 결국 국제검은자본세력에 의해 한국경제가 휘청거리는 아찔한 순간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 앉게 되겠지요. 정치인들이 책임지는 것 봤습니까? IMF 환란이 일어났던 그 때를 기억해 보십시요. 그 위기를 극복한 것은 다름아닌 국민들의 허리띠 졸라매기와 희생 덕이었지, 저 잘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고위 공직자들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저들은 결과에 대해선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 그동안 숱하게 보아오지 않았습니까?
또한 이명박 정권 하에 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정치검찰의 오명을 달고 살았던 검찰을 반드시 개혁해야 할 것이며, 경제민주화의 핵심 아젠다라 할 수 있는 재벌개혁 역시 필연적으로 달성해야할 차기정부의 중요과제가 될 것입니다. 정권의 나팔수라 불리며 국영 방송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되어야 합니다.
사실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가장 일조한 세력을 꼽으라면 바로 저들일 것입니다. 정치검찰과 공공성과 독립성을 내팽게친 언론과 방송들 말입니다. 아무리 정권비리의혹이 속출해도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언론과 방송이 정권의 방패막이 되어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사회정의니 양심이니 보편적 상식이니 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관념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사유와 철학이 죽어버린 사회에 무슨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언론과 방송이 이명박 정권에 장악당한 현실에서 박근혜의 시대는 날개를 달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 5년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던 남북관계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대북 평화 협력 체제로 회복시켜야 합니다.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상호존중의 큰 틀에서 남과 북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차기정부의 대북정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 기대할 것 전혀 없습니다. 다만 바라기는 절대로 남북 정상회담만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독재자의 딸과 독재자의 아들이 마주 앉아 남북 평화와 상생 공존을 이야기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도무지 볼 자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세계가 이미 박근혜 당선자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언급한 마당에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이란 말입니까?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눈부시게 꽃을 피웠던 민주주의를 원래대로 회복시키는 일일 지도 모릅니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억압된 표현의 자유, 공권력에 남용에 의한 인권침해,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 언론자유 침해, 검찰.경찰을 통한 공안 정치 부활 등 이명박 정권 5년동안 민주주의와 개인의 인권은 크게 후퇴했습니다. 또한 정부기관을 사유화해서 정권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입니다. 반드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겁나서 댓글조차 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만, 이제 그런 일이 만연해질 것입니다. 이미 박근혜 당선자는 후보시절부터 네티즌들의 입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하물며 이제는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자신은 물론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비판까지 철저하게 통제할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10년동안 일구어 놓은 민주주의의 텃밭을 이명박 정권이 5년 만에 망쳐놓더니, 이제 박근혜 정부는 이 텃밭마저 마음에 안든다고 갈아 엎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뇌사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밖에도 이명박 정권 아래서 자행된 수많은 예산낭비 사례를 토대로 더 이상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에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명박 정권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 및 부정부패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입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국민은 이제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과오, 수많은 부정비리부패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그동안 밤잠 못이루며 마음 졸이고 있었을 이명박 대통령 이제는 두다리 뻗고 편히 잘 수 있겠습니다. 국민들의 MB사랑 눈물날 지경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아무리 잘못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부정비리를 저질러도 힘만 있으면, 권력만 있으면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더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는 확실한 교훈을 배웠습니다. 아제 아이들에게 정의와 양심 공의 따위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니 오로지 짓밟고 쓰러뜨리고 이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해 살라고 가르쳐야 겠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정말 하실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막중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선임되신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당선자라면 능히 잘 해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문재인 당선자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선거 구호처럼 이 모든 것은 바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일테니까요. 또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람이 먼저다'라는 선거 구호는 이제 폐기되었습니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돈'이 먼저인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람사는 세상' 역시 당분간은 만들기 힘들 것 같습니다. '돈'이 먼저인 세상에서 '사람사는 세상'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테니까요.
어쨌든 국민은 박근혜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에 대한 책임 역시 국민들에게 있음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국민에게 공약한 것들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비록 저는 전혀 기대하지 않습니다만....
P.S...
'사람사는 세상'을 이 땅에 이루고자 간절히 노력했던 문재인 후보의 영원한 동지이자 친구,
고 노무현 대통령, 그 분이 더더욱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세상을 보는 다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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